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자라가는 과정
太上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 : 최초에는 백성 모두가 그 존재를 알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에서 출발해서 의식에 태어납니다. 무의식 속에 전체성으로 함께 있을 때는 당연히 모두가 무의식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자기 자신이며, 우리이며, 전체이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평온한 상태입니다.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 그 후에는 그 존재를 가까이하고 즐깁니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진입한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아직 무의식의 영향이 크며, 자아가 없는 상태입니다. 점점 자라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구별해 가지만, 여전히 본능에 따라 사는 시간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춤추고, 그림그리고, 노래하고, 잠자며 대부분의 시간을 무의식의 원형적 행동으로 채워갑니다.
其次畏之 其次侮之(기차외지 기차모지) : 다음은 그 존재를 두려워하고, 그 후엔 멸시합니다. 아이들이 일정 나이가 되면 악몽을 꾸기 시작합니다. 여러가지 규칙을 배우게 되며 두려워하는 것도 많아지고, 의식에 표현하지 못하고 무의식에 억압하는 것들이 내면에서 뭉치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내면의 컴플렉스가 어느정도 자라게되면, 외부에 적극적으로 투사하게 되고 투사 대상인 사람이나, 대상들을 멸시하게 될 것입니다.
투사하느라 무의식과 의식 모두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
信不足 焉有不信 (신부족 언유불신) : 믿음이 충분하지 않은데 어찌 믿지 못함이 있겠습니까. 믿음과 믿지 못함은 대극 관계로, 의식에 믿음이 있는 만큼 믿지 못함도 무의식에 숨겨져 있다하겠습니다.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대상이 내 앞에 있다면 내 무의식 속엔 그 믿음만큼의 불신과 불안이 자라있습니다.
의식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든 행위는 투사이므로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내 삶 전체가 투사라는 인식이 없게되면, 외부만 바라보다 깨달음 없이 겉돌기만 하며 삶이 끝나게됩니다. 노자는 믿음을 예로 들었는데 의식에서 체험하는 것들을 충분히 알고 인식하고, 깨달아, 내가 믿는 만큼, 내 속의 믿지 못함도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유혜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 참으로 아득한 귀한 말입니다. 공을 이루고 일이 끝나면 백성들은 모두 말합니다. "나 스스로 이루었다" 노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을 다루는 것이 힘들고, 쉽게 찾기 어려운 귀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의 역동을 스스로 알고, 다루는 것은 스스로 해 내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투사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의식의 활동만큼 무의식의 활동을 주의깊게 다루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 스스로 이루었다"라고 말하려면, 무의식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함을 뜻합니다.